길고 길었던 겨울
봄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견뎌내고 보니
어느덧 봄이더라~~ ♬(가곡 `인생` 가사 中에서)
혹독하게 추웠던 지난 겨울 우리 가족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온가족이 함께하는 소박한 빵집을 열어서 즐겁게 일해보자는 목표였다.11월부터 시작된 시장조사와 입지탐색,성내동,풍납동,둔촌동,명일동,고덕동... 강동구 일대 모든 동네를 섭렵하며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낮과 밤을 막론하고 좋은 조건의 점포자리를 물색하러 돌아다녔다. 조건은 권리금 없이 월세가 저렴한 곳 그러나 자리가 좋다 싶으면 월세가 비쌌고 월세가 싼곳은 입지가 별로였다 .입맛에 맞는 곳을 찾는데 두 달여 시간이 흘러갔다.1월초에 가까스로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1번 출구 인근에 괜찮은 조건의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 이곳은 둔촌동 주공아파트 재개발로 입주가 완료된 1만2천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올림픽파크 포레온)가 인접한 곳으로 그곳 주민을 고객으로 유치한다면 든든한 수요가 뒷받침될 것 같은 입지 였다.
서둘러 계약을 하고 빵집 오픈준비에 들어 갔다.먼저 상호를 정하는 것이 급선무 였다.좋은 이름을 지어서 상표등록까지 마쳐야 우리 상호가 되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가족끼리 모여서 궁리를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챗 GPT의 도움을 받아서 몇 가지 이름을 골라봤지만 큰애(희정)가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시간은 가고 좋은 이름을 안 떠오르고 답답한 시간을 보내던 중 희정이가 알베올레라는 이름이 어떠냐고 물었다.본인이 프랑스에 유학하고 있을 때 고민을 해서 찾아둔 이름 중 하나였던 것이다.알베올레【Alve’ole’ : 벌집모양의 구멍이 있는,기포가 있는(佛語)】 처음 들었을 때는 좀 어렵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꾸 발음해보니 입에도 착 붙고 어감도 좋아서 정하게 되었다.상호를 정하고 상표등록까지 마치니 이제 매장공사가 큰 일 이었다. 3개의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공사견적을 받아서 꼼꼼히 비교하여 견적내용 및 모형을 3D로 제시한 업체가 실력도 있고 가장 성의가 돋보인다고 하여 그 업체로 낙점했다.인테리어 컨셉은 밝고 따뜻한 느낌이 나면서 프랑스 유학파인 큰딸의 머릿속에 그려온 프랑스풍 빵집을 구현코자했다.20여 일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따뜻한 병아리색이 빛나는 알베올레 빵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2월 26일 대망의 빵집 오픈 날
개업 축하떡을 맞춰 주변 상가에 개업인사를 드렸다. 대박 나시라고 격려해주신 분, 빵 사러 한 번 가겠다고 인사하는 주변 가계 사장님들 덕분에 시작 전부터 웬지 잘 될 것 같은 예감에 우리가족 모두가 힘이 나는 듯했다. 빵집을 열었다는 소식을 지인들에게 널리 알렸다.오픈을 축하하는 화분을, 점포 자리를 소개해준 부동산 사장님부터 희정이 학교 동창들,집사람 전 직장 동료, 문예반 친구들까지 너도나도 보내오니 좁은 가계에 둘 곳이 없어 작은 화분은 집으로 싣고 와서 창문 앞 양지바른 곳에 잘 모셔두고 간간히 물도 주고 창문을 활짝 열어 맑은 공기도 쐬어주니 잎새가 검푸른 초록빛으로 무성함을 뽐내고, 덩달아 집에서 키우던 부겐빌레아도 붉은 꽃을 탐스럽게 피워내니 마치 작은 정원이 생긴 듯 뿌듯한 기분이다.
꽃들이 이렇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노라니 우리 빵집도 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 주변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려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오픈하고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렀다. 초기 판매는 지인들도 찾아와 주시고 주변에 이런 빵집이 없던 차에 잘되었다는 방문 後記에서 보듯 식사빵을 찾던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했는지 아직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다.
아빠! 월급받을 계좌번호 좀...
ㅇㅇ 은행 □□□□□□□□
입금 660,480원
3월 한 달이 지나고 첫 월급이 나의 계좌로 입급되었다.2018년 3월 25일 마지막 급여를 받고 32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은퇴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뒤로 8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도 쓰고 있는 내 은행계좌는 내가 현대자동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급여를 받던 오래된 은행계좌다. 선명하게 찍한 급여 66만원이란 숫자를 보는 순간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뿌듯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함께 든다. 직장 생활할 때 받았던 급여와 비교할순 없지만 이 급여를 주기위해 큰아이가 새벽 4시에 출근하여 하루 18시간 중노동하며 번 돈이라 생각하니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액연봉도 받아봤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마음은 아니었다 월급을 주는 회사가 고맙다는 맘은 있었지만 내 노동이 대가로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다는 맘 이었다.하지만 알베올레에서 받은 알바월급은 우리 온가족의 땀과 노력의 대가라 생각하니 더욱더 값지고 귀한 생각이 든다. 가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8년만에 받은 알바생의 첫 월급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고 새봄이 찾아 오면 나무에 새순이 돋아 나고,개나리,진달레 벚꽃이 피어나는 4월에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듯이 8년 만에 찾아온 나의 직장 알베올레와 함께 이 봄이 나에게 진정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