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
겨울이라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을 시간이지만 봄이 되어 이미 해는 뜨고 날씨도 포근해져서 차를 몰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차창을 열면 불어오는 봄바람이 꾳 향기를 담고 향긋한 꽃내음에 코가 벌렁거린다. 길가에 활짝 핀 철쭉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눈을 유혹한다. 봄이 왔음을 알리던 개나리, 진달래, 벚꽃은 이미 지고 지금은 나의 계절임을 자랑하듯 철쭉이 만개하여 자태를 뽐내고 있다.마치 불타는 연정처럼 보는 이의 맘까지 설레게 한다. 젊을 때는 몰랐다. 봄이 와도 꽃이 피어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맘의 여유가 없어 그런지 무심하게 지나갔다. 이제 은퇴하고 나이 들어 보니 꽃도 눈에 들어오고, 계절의 오고감도 더욱더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내게 남은 인생의 시간이 점점 사위어 가는 것이 아쉬워서일까?모든 것이 아쉽고 안타깝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이렇게 아쉽기만 하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훌쩍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만 있다면 꼭 잡고 천천히 가라고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다 부질 없지만...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으니 순간순간을 즐기고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내야지 하는 마음이 크다.
요즈음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즐거운 순간이 언제냐고 내게 묻는다면 단연코 아침운동으로 탁구를 치는 시간이라고 말하겠다.4년 전 가을에 탁구채를 잡고 레슨을 시작하면서 탁구와의 인연이 다시 시작 되었다.물론 대학생 때 학교 앞 탁구장에서 친구들과 근본(?)없는 탁구를 쳐본 기억은 이미 40여년 전 추억 속에 묻혀있지만 새롭게 시작된 탁구는 그 때와는 또 다른 재미와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은퇴 후 건강관리를 위해 올림픽공원으로 아침 산책을 다녔다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커다란 낙 이었다 엄정행 선생의 한국가곡도 듣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팝송도 들으며 88마당을 걷다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공원 숲속 벤치에 홀로 앉아 땀을 식히며 듣는 음악은 내 마음을 위로해주며 복잡하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이제 은퇴도 했고 돈벌이의 무거운 짐도 내려놓았고 마음 편하게 건강관리나 하면서 가족들 잘 돌보는 것이 나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아침산책이 탁구로 이어져서 요즈음에는 그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卓球班은 7시 반이면 벌써 탁구대가 꽉 찰 정도로 회원 모두가 부지런하게 운동을 시작한다,내가 6시 30분에 공원으로 가는 이유는 탁구를 치기 전에 88잔디 마당을 한 시간 정도 걷고 뛰며 땀을 흘리고 싶기 때문이다. 탁구는 재미는 있지만 운동의 강도가 내가 원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기에 런닝으로 몸을 예열하고 탁구장에 가는 셈이다.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런닝 열풍이 불어서 올림픽공원에도 조기 런닝을 하는 일군의 젊은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클럽단위로 무리를 지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땀을 흘리며 단체 런닝을 하는 모습을 보면 꿈틀거리는 다리 근육과 흘러 내리는 땀방울 속에 약동하는 젊음의 힘을 느낄 수 있다.나도 한 때는 마라톤을 하며 런닝의 즐거움에 빠진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뛰어보면 가슴이 답답해 오고 숨이 차서 오래 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서 10km를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 상태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고 달리기를 하려면 3개월 정도 연습을 해서 몸을 만들고 심장의 근력을 키워야지 싶다, 아뭋튼 달리고 있는 청춘들을 보면 부럽고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산책을 마치고 탁구장에 들어서면 탁구장을 울리는 경쾌한 탁구공의 타구음이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다.남녀노소 서로서로 짝을 지어 복식으로 게임을 한다. 탁구를 잘 치던 못 치던 짝을 맞춰 랠리를 하다보면 멋진 묘기가 나올 때마다 나이스! 를 외치며 파트너 간에 하이파이브로 손뼉을 마주치면 기세를 올린다. 또한 아쉽게 공을 놓치면 아까비(?)를 외치며 아쉬움에 탄식을 날린다. 서로서로 웃고 떠들며 탁구를 치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이때 쯤 벤치로 나와서 물 한 모금 마시며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한다. 회원들이 가져온 과일이며, 떡, 과자등 간식을 서로 나누며 대화가 꽃핀다. 봄 꽃놀이 다녀온 이야기,해외 여행 다녀온 이야기,집에서 손주들 돌보며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등...대화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탁구로 맺어진 인연이 대화의 끈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인연으로 연결된다.
오늘 시간되시면 점심이나 같이 할까요?
네. 좋아요...
맘에 맞는 사람끼리 인근 맛집으로 자리를 옯겨 맛난 음식을 나누며 수다를 이어간다. 나이 든 어른들의 대화는 살아가는 이야기, 운동이야기, 가족 이야기까지 끝이 없다.
해마다 새로 피는 봄꽃이 사람들에게 계절의 오고감을 일깨워주고 젊은 시절 재미로만 즐기던 탁구가 이제 인생의 재미를 새롭게 알려주는 소중한 소통의 방식으로 진화했다.올 봄에도 봄꽃은 지고 이제 곧 여름이 오겠지만 탁구장에서 피어난 웃음소리와 아름다운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탁구와 함께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가사中)
(260424)